2009년 05월 15일
교과서오류[16] : 휴대용 전자제품에 전압을 낮추는 장치가?
K사 물리1 교과서 134 페이지에는 다음의 서술이 등장합니다.

휴대용 라디오 같은 소형 전자제품들에 전압을 낮추는 장치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봅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휴대용 전자제품이 동작하는 데 필요한 전압이 얼마일까요? 오늘날 대부분의 휴대용 전자제품이 갖고 있는 LCD액정화면의 백라이트에 사용되는 LED 의 경우, 종류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3V 이상의 전압이, 정상작동을 위해서 필요합니다. 그리고, 트랜지스터 라디오의 예를 들자면, 트랜지스터 하나를 통과할 때마다 기본적인 전압 강하가 존재합니다. 실리콘 트랜지스터의 경우 0.7볼트 정도 까먹죠. 이것은 다이오드를 통과할 때도 유사하게 나타납니다. 그런데 라디오에는 트랜지스터와 다이오드가 여러 개 사용되죠. 6F22 또는 FC-1으로 불리는 규격의 9V 건전지를 사용하는 라디오나 마이크의 경우, 전력소모량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 높은 전압이 필요해서 사용하는 케이스입니다.
반면, 일반적인 건전지의 공칭전압은 1.5볼트이고, 니켈-카드뮴 또는 니켈-수소 전지의 공칭전압은 1.2볼트에 불과합니다. 전지 하나로는 LED도 제대로 못 켠다는 거죠. 실제로 건전지 하나를 LED에 연결하면 켜지지 않습니다. 2개를 연결해야 불이 들어오는 걸 볼 수 있죠.
가뜩이나 배터리 전압이 부족한데 휴대용 전자제품들은 이 전압을 낮춰서 사용할까요?
실제로는 그 반대입니다. 오히려 전압을 높여주는 회로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회로는 분리가 가능한 모듈로 제작되기도 하고, 휴대용 전자제품을 구성하는 회로와 통합하여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전자의 예를 들자면, 저가형 LED 후레쉬 중에서 AAA 3개를 넣어서 작동하는 후레쉬가 있는데, 이러한 후레쉬들은 전압 변환회로를 내장하지 않고 LED를 그냥 직렬로 연결한 AAA3 개에 바로 연결하여 사용하는 거지요. 반면, 전압을 높일 수 있는 승압회로를 장착한 LED후레쉬는 AAA하나만 넣고도 작동시킬 수 있으므로 더 편리합니다. 후자의 예로는, AA충전지 하나만을 넣는 MP3플레이어가 있습니다. 충전지 하나의 전압으로는 액정화면의 백라이트를 켤 수 없으므로, 이걸 승압회로를 거쳐서 높은 전압으로 바꿔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배터리를 여러 개 사용하면 낮은 전압을 극복할 수 있지만, 그러면 부피가 커져서 휴대성이 나빠지죠.
이러한 전압 높이기의 필요성을 크게 줄여주는 것 중의 하나는, 리튬이온(또는 리튬폴리머) 전지의 사용입니다. 리튬이온 전지의 경우, 공칭전압 자체가 3.7볼트로 매우 높기 때문에, 회로를 잘 설계하면 승압회로를 넣지 않아도 장치를 동작시킬 수 있으며, 불가피하게 승압회로가 필요한 경우라 할지라도, 추가로 높여야 하는 전압이 작기 때문에 승압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손실을 줄여서 저전력 설계에 유리합니다. 이는 사용시간을 늘리는 데 중요하죠.
이상에서 보듯이, 오늘날의 휴대용 전자제품들은 전압을 높이는 장치를 갖고 있는 것이지 전압을 낮추는 장치는 갖고 있는 게 아닙니다. (이 부분은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추가검토가 필요할 거 같네요)좀 심하게 말해서, 낮은 전압이 필요하면 배터리를 "덜" 달거나 혹은 낮은 전압을 제공하는 수은전지 같은 걸 쓰면 되는 거죠. 실제로 전압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것은,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 필요한 충전기(대표적인 것으로, 휴대폰 충전에 사용되는 TTA인증 충전기가 있죠)이지 휴대용 전자제품 자체가 아닙니다.
그럼 도대체 저 교과서의 서술에서 등장하는 건 뭘 지칭하는 걸까요?
제가 보기에는 아마 이런 걸 지칭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속옷바람으로 찬조출연-_-하신 수종이 횽과 희라 눈화... 흑역사?]
라디오 자체가 귀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들의 삶의 질이 서서히 개선되면서 80년대 이후 카세트-라디오 겸용 플레이어가 널리 보급됩니다. 이러한 플레이어는, 대개 FM-AM 라디오의 기능과, 카세트테이프를 재생(녹음기능 있으면 고급형, 없으면 보급형...-_-) 하는 기능을 하나의 제품에 통합한 형태였죠. 그런데, 이런 물건들은 설령 배터리를 넣어서 작동시킬 수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가전제품" 으로 이용될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110볼트 또는 220볼트로 입력되는 전압을 실제 라디오가 사용하는 9볼트 근처로 낮추는 강압회로를 카세트 내부에 내장하고 있어야 했죠. 그런 카세트가 바로 저 위의 사진에서 희라 누님의 허벅지를 교묘히 가리는-_- 카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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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의 상황에 기초한 예시를, 별 생각없이 오늘날의 상황에 적용가능한지 분석하지 않고 그냥 쓰게 되면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디스플레이 관련 서적에는 "LCD는 그 한계로 인해 대면적 디스플레이로 쓰이기는 어렵다" 라는 서술이 버젓이 등장했습니다...-_-; 옛날 과학서적에서는 리튬전지는 비용이 너무 비싸서 아직 활용되기 어렵다는 서술도 있고요..-_-;
오늘날의 과학교과서는 실생활과의 관련성을 특히 강조합니다. 왜 과학을 배워야 하는지를 학생들에게 설득하고, 또 친숙함을 느끼게 하기 위함이고, 저 역시 그런 방향 자체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 자체가 변하고 있는데 그와 관련된 과학서술은 그대로 화석처럼 덩그러니 남아있으면 곤란하죠. 과학교육 목표에서 내세우는 구호만 실생활과의 관련성을 강조하면 효과가 없습니다.
# by | 2009/05/15 18:13 | 교과서오류 | 트랙백(1)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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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회로설계 쪽을 전혀 본 적이 없는 건 아닌지라 말씀하신 내용이 조금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 쓰면서도 좀 찜찜하긴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휴대용 라디오" 라는 것 자체가 오늘날 거의 없는지라 저 종류를 지칭한 거 같아서 말입니다. 더군다나, 사실 저 서술 뒤쪽의 "텔레비젼 브라운관" 도 둘 다 갖고 있쟎습니까....-_-; 제어 그리드의 경우엔 50볼트밖에 안 되니 전압을 낮춰야 하지만 어노드 벽은 2만볼트니 전압을 올려야 하고...
너무 애매한 분야를 건드린 걸까요... 사실 까놓고 말해 가변저항 하나 달랑 연결하고 선만 중간에서 따도 강압회로에 해당하는데... (효율이야 개떡이지만)
발광 다이오드면 1.2볼트 배터리로도 켜지기는 할겁니다....
오늘 한 번 집에 들어가서 테스트해 보고 다시 댓글을.....
전압 강하는 아마 옛날 옛날 어댑터 꽂아서 쓰던걸 이야기 하는지도요.
전압 낮춰서 쓰는 예를 못찾았기 때문에 그럴지도.
거의 10여년전 이야기 같네요.
사실 그냥 휴대폰 충전기를 예로 들면 좀 더 나았을 거 같습니다.
110v 다운트랜스 이야길 쓰면(일명 도란스) 110v에 대해서 또 이야기 해야하니까 안될려나요?
물론 대세는 IC칩 그냥 쓰는 거지만 과학시간에 그리 설명하면 좀 곤란할 듯...-_-;
레귤레이터를 전압낮추는 장치라고 그냥 설명한 듯 싶네요.
요즘의 마이컴들 코어 전원이 3.3v -> 1.8, 1.5V 수준까지 내려갔기 때문에
전압을 레귤레이터로 낮춰줘야 하기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