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오류[5] : 산성비에 의한 피해?

이번 이야기는, 역사 이야기인지 과학 이야기인지 애매한 측면이 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일관성을 위해 과학밸리로 보냅니다.


이번 오류는 좀 생각하면 어이없는 오류인데, 사진 인용을 대충대충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줍니다.

J사 고1 과학교과서 314페이지에는 다음 사진이 나옵니다.
사진에 동반된 스크립트에 주목해 주십시오.






산성비 때문에 저렇게 폭삭 날아가 버린 거에요? 덜덜덜...




 

산성비가 석조구조물에 피해를 준다는 건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탄산칼슘은 산에 녹는 성질을 갖고 있으며, 이는 탄산칼슘을 주된 성분으로 하는 석회석, 대리석, 그리고 석회석을 원료로 한 콘크리트 등으로 만들어진 물체에 피해를 입힙니다. 사실 콘크리트 구조물도 산성비의 영향을 일부 받기는 합니다만(건축재료인 철근 역시 외부로 노출될 경우 산성비가 내리면 녹이 더 빨리 슬게 됩니다), 대개는 그로 인한 피해가 가시화되기 전에 철거나 리모델링 등의 작업이 벌어지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건물들이 산성비의 피해를 입은 모습은 보기 어려운 거지요.


이렇듯 산성비의 피해는 엄연히 존재하는 거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붕을 폭삭 날려버릴 수준으로 피해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혹시 제우스 신이, 원래의 신전이 이교도의 사원으로 바뀐 것에 분노하여 하늘에서 염산이라도 날마다 퍼부었다면 모르지만요.















 [여담이지만, 원래 파르테논 신전은 제우스 신이 아닌 아테나 여신 모십니다.-_- ]
[그리고 위 그림은 특정종교와는 무관합니다...-_-;]


파르테논 신전의 저러한 파괴는, 사실 산성비 문제가 대두되기 한참 이전에 벌어진 일입니다. 물론 파르테논 신전에 있는 조각상들은, 실제로 산성비의 피해를 받고 있으며 이 문제는 분명 심각하게 간주되고 있습니다. 구조물 자체에도 일부 영향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게 현재의 파르테논 신전의 모습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지요.


언제 파르테논 신전이 크게 파괴된 걸까요? 위키를 참조하면 파르테논 신전의 역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파르테논 신전은 비잔틴 제국 통치하에서 동방정교의 교회가 되었고, 십자군 원정 때 점령당한 이후에는 또한 카톨릭 교회(그러니까 요즘으로 치면 성당)로 바뀌었습니다. 이후,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지배하에 들어간 이후에는 또 모스크(이슬람 사원)로 개조되었습니다. 기구한 운명이죠. 하지만 대대적인 파괴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대대적인 파괴는 1687년에 벌어졌습니다. 이 때, 베네치아 공화국이 아테네를 공격하였고, 방어하는 오스만 투르크 제국은 파르테논 신전을 탄약고로 운용하였습니다. 9월 27일에, 베네치아 군의 구포(mortar: 오늘날의 박격포의 조상) 탄이 날아들어서 탄약고가 폭발하였고, 이 때 크게 파괴되었습니다. 또한, 뒤이어 진입한 베네치아군은 신전의 조형물을 약탈해 갔고, 이 와중에 내부 역시 파괴되었습니다. 그 이후에, 1806년에는 영국의 귀족인 토마스 브루스가 남아 있던 조형물 중 일부를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허가를 얻어서 반출해 갔습니다. 이렇게 반출된 유물들은 1816년에 영국 런던의 British Museum에 팔리고, 오늘날까지 전시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후 신전의 복구는 그리스 독립 이후에도 매우 지지부진한 상태이다가 현재는 장기계획으로 천천히 복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안타까운 역사지요.


산성비는 대기의 흐름으로 인해 상당히 넓은 지역까지 확산되기도 하지만, 그 산성의 강도는 오염원에 가까울수록 더 강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교과서에 예시된 사진에서도 나오지만, 영국이나 독일처럼 공업화가 일찍 진행된 국가는 산성비의 폐해도 일찍 겪은 반면, 그리스의 경우에는 아테네 지역의 대도시화가 진전된 1960년대 이후부터 그리스 고대유물(파르테논 신전을 포함한)들의 산성비에 의한 침식 영향이 본격적으로 심화되었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산성비에 대해 좀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산성비는, 단순히 빗물이 중성이나 염기성이 아닌 산성을 띠는 상태를 지칭하는 것으로 잘못 이해되고 있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실제로, 빗물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녹아들기 때문에 오염이 없어도 pH 5.6 정도로 약한 산성을 나타내며, 흔히 산성비라고 지칭되는 것은 다른 대기오염물질에 의해서 pH 값이 이보다 더 낮아진 상태의 비를 지칭합니다. 이 오염물질은, 주로 이산화황과 질소산화물이며, 이들은 화학적 반응을 통해 빗물이 황산과 질산을 일부 함유하도록 합니다.


  산성비에 관련된 최초의 연구는, 산업혁명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1852년에 Robert Angus Smith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영국 맨체스터 지역에서, 대기오염과 산성비 사이에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 것이지요. 그러나 1960년대까지는 이것이 광범위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산성비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72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더군다나, 굴뚝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이 지상으로 바로 내려와서 인근 지역에 직접적 피해(매연, 검댕 등)를 주는 것을 막기 위해서 굴뚝을 높게 짓다보니, 이 높은 굴뚝은 오염물질을 오염원에서 먼 지역까지 확산시키는 부작용을 낳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오염물질 중 일부는 기류를 타고 매우 먼 지역까지 이동하여 피해를 주게 됩니다. 중국 동부 연안의 공업화로 인해 발생한 오염물질이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까지 날아와서 산성비를 내리게 하는 것이 그 예이지요.


  하지만 오늘날의 선진국에서는, 산성비 문제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가장 중요한 산성비 발생원이었던 이산화황의 방출은, 가정용 난방연료로서의 석탄(연탄을 포함)의 소비가 줄어들고, 대량의 석탄을 소비하는 공장 및 석탄화력발전소의 배출가스 규제 및 오염저감시설 장치 의무화 등으로 인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또한 이산화황 다음으로 중요한 산성비 요인인 질소 산화물의 경우에도, 주 배출원인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가 강화되면서 서서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도 이러한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by Alias | 2009/04/17 19:49 | 교과서오류 | 트랙백(1) | 덧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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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산성비가 미치는 영향
웹주소의 새이름 alchan.ws 알찬웹사이트 산성비 ACID RAIN 1852년 영국의 R.A.Smith에 의해 산성비란 말이 처음 사용되었다. 1881년 영국으로부터 오염물질들이 노르웨이로 장거리 이동되는 것이 보고되었으나 산성비에 대한 관심은 스웨덴의 S.Odens가 빗물의 산성도와 황이 토양이나 호수의 산성화와 관계가 있음을 발효한 1960년...more

Commented by 愛天 at 2009/04/17 20:11
예전에 유럽성당 가고일이 산성비에 부식된 사진을 봤는데 애처롭더군요.
Commented by Alias at 2009/04/17 21:36
저 교과서 페이지에도 아랫부분에는 가고일로 보이는 사진이 나옵니다. 요즘은 유럽도 난방용으로 석탄을 별로 사용하지 않아서 산성비 문제가 덜하지만 예전에는 아주 심각했죠.
Commented by 漁夫 at 2009/04/17 22:25
말씀대로 전쟁 땜에 입은 상처인데 웬 산성비 운운인지 헷갈림...
Commented by Alias at 2009/04/17 23:26
그러고 보니 철원 노동당 당사도 전쟁의 상흔이 남은 건물인데 의외로 저 사진이랑 분위기가 좀 비슷한 거 같네요. 혹시 나중에 교과서에 산성비의 피해사례로 실릴려나-_-?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4/17 23:08
오타 하나! 베네치아 공국이 아니라 공화국~^^;;
Commented by Alias at 2009/04/17 23:23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Commented by 가고일 at 2009/04/18 14:01
그래도 신전복구는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더군요. 거의 수작업으로 조각하다시피 복구하고 있는데
대리석도 산지가 일치하는데서 가져와서 소실된 부분의 절단면을 역방향으로 죄다 깎아서 맞추더군요.ㅡㅡ;
Commented by Alias at 2009/04/18 15:05
역사적인 유물이니 느리더라도 복구가 이루어지는건 그나마 다행입니다. 다큐멘터리에서도 복구과정을 다루던 것을 본 거 같네요.
Commented by 질문 at 2009/06/28 15:24
제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산출물을 만들어야 해서 질문하는 것이라서 그런데요,,.그럼 산성비는 우리 인간과 동물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고, 교과서에서 나오는 산성비가 주는 해는 과장된 것이 맞나요??
Commented by Alias at 2009/06/28 16:04
그렇게 볼 수는 없습니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산성비가 큰 해를 줄 수도 있는데, 예시가 잘못되었다는 점을 지적한 거지요.

무슨 용도로 어떤 산출물을 만들어야 하는 건지 알려주시면 약간 더 구체적인 조언도 가능할 듯 합니다.
Commented by 질문 at 2009/07/02 18:29
아...영재에서 산성비의 진실과 오해에 대해서 산출물로 만드는데요...좀 정확한 정보가 필요해서요...
그리고 중간에 기말고사가 겹쳐서 조금 늦게 보았네요...죄송합니다....
Commented by Alias at 2009/07/02 20:01
영재학교 담당 교사인가요 아니면 영재학교 다니는 학생인가요?

그리고 시리즈 서두에 밝혀 놨지만 출판사와 계약 맺은 저작물이기 때문에 인용이 아닌 표절은 법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용의 상당부분을 전재한 채로 리포트사이트 같은 데 올려 돈받아먹거나, 공모전 또는 대회 제출용 등으로 이용하는 경우 특히 문제가 됩니다.)
Commented by 질문 at 2009/07/03 20:09
아 그럼 죄송합니다. 저는 학생이고요...조금 정보가 필요해서요......
Commented by Alias at 2009/07/03 21:12
단순히 과제물이나 수행평가 같은 걸 하는 데 참고할 용도라면 별로 문제삼을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정식 레퍼런스로 쓰기에는 곤란한 점이 많기 때문에 이 점은 주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제 포스팅이 약간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Commented by 질문 at 2009/07/04 13:57
감사합니다....
Commented at 2009/10/22 17:5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rkeljriorj at 2009/10/22 17:59
죄송합니다~~~
위 비공개 뎃글요~~
Commented by shehddhr at 2009/10/22 19:4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mmented by Alias at 2009/10/25 21:05
?
Commented by 오정연 at 2009/10/25 18:40
산성비에 인해 많이 손상되었네요. 안됬네요....
그리고 요즘 산성비는 내리지 않지만 산성비로 인해 많은 문화제가 손상되고 있어서 우리가 열심히 노력을 해야 겠어요.
Commented by Alias at 2009/10/25 21:06
저 사진은 산성비의 결과물은 아니고 실제 산성비의 결과물은 해당 페이지의 아랫부분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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