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오류[3] : 이산화탄소의 밀도가 커서 바닥으로 안개가 깔린다?

 

J사 중2 과학교과서 55페이지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두번째 문단에 보면 이런 언급이 있습니다.

연예인들이 공연을 할 때, 드라이아이스를 뿜어 주면 바닥에 흰 연기가 넓게 퍼진다. 이것은 드라이아이스가 승화하면서 나온 이산화탄소의 밀도가 공기보다 크기 때문이다. 


드라이아이스를 뿜어 준다라...











고체를 어떻게 뿜어요-_-?







액체나 기체가 아닌 고체를? 드라이아이스를 가루로 만들어서 뿌린다는 걸까요?


 아주 소규모의 무대에서 안개장치를 구비하지 못할 때, 드라이아이스 덩어리를 대충 부숴서 무대 바닥에 흩어놓는 식으로 임시방편을 쓸 수도 있겠지만, 이래가지고는 흰 연기가 너무 천천히 발생하고, 공연하는 도중에 드라이아이스 덩어리를 공연자가 밟아서 미끄러지면 부상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에 좋지 않은 생각입니다.


실제 무대 공연장에서 사용되는 장치는 다음과 같이 생겼죠.





 

사진출처 : www.lighting2002.co.kr [신한특수무대조명]


무대에서 안개를 만드는 장치는, 전기로 물을 가열하고, 그렇게 데워진 물에 드라이아이스를 투입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러면 온도차이가 훨씬 크기 때문에 드라이아이스의 승화가 훨씬 빠르게 일어나지요. 물론, 이런 장치가 없어도 세숫대야에 뜨거운 물을 받아놓고 거기다 드라이아이스를 투입해도 됩니다.


여기서 끝나면 그냥 말실수 좀 한번 한 걸로 웃고 넘길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산화탄소는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데요?







[내 눈에도 안 보여... ]





우리 눈에 보이는 흰 연기는 드라이아이스에서 증발한 이산화탄소 그 자체가 아니라, 승화하는 매우 차가운 이산화탄소로 인해 수증기가 응결하여 생긴 매우 조그만 물방울입니다. 뜨거운 물을 이용하면 승화하는 이산화탄소 주변에, 수증기가 더 많기 때문에 이런 물방울들이 매우 빠른 속도로 생길 수가 있죠.


그러니까 흰 연기가 바닥에 깔리는 건, 원래 물방울이 같은 부피의 공기보다 무거우니까 당연한 거죠.


그래도 어쨌든 이산화탄소가 일부라도 포함되어 있으니까, 그리고 이산화탄소가 공기보다 무거운 건 분명하니까 때문에 흰 연기들이 바닥으로 깔리는 힘을 받는 건 아니냐 하면서 여전히 의구심을 가지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준비된 장면이 있습니다.



 



이건 Youtube에서 “Liquid Nitrogen into a swimming pool"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동영상의 한 장면입니다. 액체질소를 풀장에 대야로 들이부은 상황인데, 무대에서 안개효과를 내는 것처럼 낮게 깔리는 걸 볼 수 있지요.


그리고..


 

질소는 공기보다 밀도가 작습니다!! (온도와 압력이 같은 경우에)


 


그러니 이산화탄소의 밀도와 안개가 낮게 깔리는 현상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공기보다 가벼운 물질을 쓴다고 해서
안개가 안 깔리고 위로 훨훨 날아가는 현상 같은 건 생기지 않는다는거지요. 애시당초 그 흰 연기(작은 물방울들)는, 떠오를 만큼의 부력이 없기 때문에 낮게 깔리는 것뿐입니다. 반면 담배연기는 “뜨거운 연소가스”에 실려 있기 때문에 충분한 부력을 받아서, 위로 떠오르죠.


by Alias | 2009/04/15 17:13 | 교과서오류 | 트랙백(1)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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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개념피난처 at 2009/04/21 22:28

제목 : 교과서오류 [3] 에 대한 보충 논지 : 왜 액체질..
앞서의 교과서오류[3]을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교과서오류[3] : 이산화탄소의 밀도가 커서 바닥으로 안개가 깔린다?이 글은, 교과서오류[3]에서 Niveus님의 리플에 대한 응답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사실 이러한 관점은, 수퍼맨 영화에서 수퍼맨이 입김을 불어서 호수를 얼리는 것처럼, 극도로 차가운 "냉기"를 뿜으면 순식간에 얼어버릴 거라는 관념에 기인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관념은, 많은 종류의 "흥미유발 보여주기 실험" 에서 재현됩니다. 액......more

Commented by 새벽안개 at 2009/04/15 17:29
특히 이산화탄소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는데.... 말씀 한마디에 사실들이 다르게 보이네요. 예리한 말씀으로 떡밥 분쇄를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과학교과서마저 별로 과학적이지 못하다면 학생들은 머리속은 매우 혼란스럽게 될것입니다.
Commented by Alias at 2009/04/15 17:47
사실 저런 식의 대충대충 설명이 엄밀히 검증되지 않고 그냥 학교나 학원에서 반복되는 건 큰 문제죠.
Commented by Ya펭귄 at 2009/04/15 17:29
아아... 증기가 보여요.....(퍼퍽!)
Commented by Alias at 2009/04/15 17:44
적외선, 그것도 꽤 장파장대역의 적외선을 볼 수 있다면 말이죠..-_-;
Commented by 우마왕 at 2009/04/15 19:58
과연 야펭대형! 인간이 보지 못하는 영역을1!!
Commented by 漁夫 at 2009/04/15 18:51
사실 잘 생각해 보면 말이 안 되는 소리였죠. nice...
Commented by Alias at 2009/04/15 19:35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4/15 18:52
크어억;;; 저도 그게 탄산가스 증기라고 생각했습니다;;;;
Commented by Alias at 2009/04/15 19:37
사실 전공자가 아니거나, 전공이라 하더라도 이런 파트에 대해 엄밀하게 고찰해본 적이 없으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는 매우 쉽습니다. 문제는 그런 현상이 반복될수록 오개념의 누적을 가져오기 때문에 점점 더 제대로 된 과학교육이 어려워지는 거지요.
Commented by Niveus at 2009/04/16 16:30
흐음... 수증기인것까지는 알았지만 설마 질소도 저럴줄은 몰랐습니다!!!
근데 액체질소를 부어버리면 쏴악 얼어버리지 않나요? (아 주변부는 그럼 끓으려나(...))
Commented by Alias at 2009/04/16 17:19
음... 말씀하신 경우도 일종의 "상식 오개념" 에 해당하는데 좀 까다롭습니다. 나중에 별도로 포스팅할 기회가 있으면 하겠습니다.

그냥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아주 엄청난 양의 질소를 한번에 들이붓지 않는 이상 쏴악 얼어버리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문제는 왜 그런지를 엄밀히 따질 경우, 중고등학교 레벨을 넘어 버린다는 거죠.
Commented by Niveus at 2009/04/16 19:17
니하하... 사무실에서 졸린 마음에 본 순간 딱 든 생각이...
질소를 붓는다 -> 질소 근방의 물이 냉각, 질소는 기화 -> 냉각되던 물의 한계점 부근의 물이 끓는다
이 생각을 해버렸거든요 -_-;;;;
그리고 기화한 질소는 가벼우니 훨훨 날아갈거라 생각했고(...;;;)
집에 와서 잠좀 깬 다음에 확인하니 이 무슨 뻘 답글인건지 ㅠ.ㅠ
부끄러울뿐입니다... ㅠ.ㅠ
Commented by Alias at 2009/04/16 19:55
아니요 오히려 감사합니다. 님이 말씀하신 부분은 흔히 벌어지지만 잘 지적되지 않는 오류와 연결되어 있거든요.
Commented by pengmo at 2009/04/23 16:33
좋은 내용이네요...

근데 공연장에서 액체 질소를 쓰지 않는 건... 비싸서?
Commented by Alias at 2009/04/23 16:54
드라이아이스가 더 쌉니다. 그리고 액체질소는 취급하기 까다로운 면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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