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님 글 트랙백합니다.
현실은 우리의 (바람직하다고 믿는) 상식과 항상 일치하진 않는다간단히 생각해 보자. 우리가 마시고 있는 우유는 대부분 국내의 젖소들에게서 나온 우유들이다. (분유는 수입산이 흔해도 우유는 수입산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에너지의 관점에서 볼 때, 외국에서 엄청난 무게의 사료를 수입해서 그 사료무게 총량의 몇퍼센트에 불과한 젖소를 키우고, 또 그 젖소로부터 나온 산출물 중 일부인 우유를 국내에서 생산해서 마시는 게 환경친화적일까 아니면 해당 사료가 생산되는 지역(외국)에서 키운 젖소로부터 나온 우유를 직수입하는게 환경친화적일까?
사료의 무게와 그에 대응하는 최종산출물인 우유의 무게를 생각해 볼 때, 운송과정에 소요되는 화석연료소모량은 도저히 상대가 안 될 정도이다. 금방 썩는다고? 멸균포장은 2개월 이상 간다.(컨테이너선이 지구 한바퀴를 돌고도 남는 시간이다) 결국 멸균포장이 아닌 살균포장된 "신선한 우유"를 먹겠다는 욕심은 사료운송에 소요되는 막대한 에너지 및 추가적인 중간손실(사료의 운송보관 과정에서 비둘기가 먹고 쥐가 먹고 열심히 까먹는다. 일부는 썩기까지한다-_-)을 댓가로 치르는 것이다.
쥬스도 마찬가지다. 가끔 100프로 쥬스가 사실은 농축액을 희석한 거라면서 진짜 100프로, 그러니까 짜낸 과즙 그대로인 쥬스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농축액과 비교해서 운반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차이가 어느 정도일까? 아예 대놓고 항공운송을 해서 대도시에서 맛보는 "신선한 제주감귤" 은, 제주도 현지에 감귤쥬스공장 차려서 짜내 농축한 다음 농축액을 대도시로 보내서 다시 희석해서 먹는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사실상 물덩어리인 과일을 비행기라는 엄청난 석유퍼먹는귀신에 의존하여 운반해오는 것"이다. (더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포도주조차도 그냥 농축액을 운반해서 소비지에서 보틀링 작업을 하는게 환경친화적이다. 액체무게 뿐만 아니라 병무게와 나무박스포장 무게도 만만찮다)
그래서
광우종말교신도들의 입장을 무시하면 미국산쇠고기를 먹는 게 미국산사료를 수입해다가 키운 국내산 쇠고기를 먹는 거보다 더 환경친화적이다. 운반해오느라 고기를 냉동보존하는데 드는 에너지는 그 고기만큼의 사료를 운반해오는 데 드는 에너지보다 훨씬 적다. 더군다나 축산업에 동반되는 오염부담 역시 해당 국가에 떠넘기게 된다. 물론 국내 축산업 종사자들의 밥그릇도 중요하며, 정치에서는 당연히 그런 게 고려되게 마련이다. 하지만 에너지 문제만 놓고보자면 사료를 교역하는 것보다 그 사료로 만들어지는 최종생산물 (고기, 우유)을 직접 거래하는게 더 효율적이다. (가급적이면 그 최종생산물도 냉동고기보다는 육포나 몽골군 전투식량인 보르츠처럼 최대한 부피랑 무게를 줄이는게 좋다)
농축산업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상? 아니...꼭 그런 건 아니다. 당연히 식품의 생산자랑 소비자는 가까울수록 당연히 좋다. 제 3세계에 곡물을 지원하는 것보다는 산출곡물보다 더 중량이 적은 비료를 지원해서 재배하는게 그동네 농민 밥벌이에도 좋고 전체적으로도 환경친화적이다. 집 뒷마당에 고추나 상추 같은 걸 심어다가 먹는 건 분명 환경친화적이다. 그런데 특이한 주택이 아닌 이상 집 뒷마당 수확물로 우유, 고기, 쌀 같은 걸 조달할 수 있는 경우가 없으므로 이 문제에서는 결국 "최종산물을 얻는 데 어느 쪽이 에너지를 가장 적게 소모하는가" 를 생각해볼 수 밖에 없다. 이미 현대적인 대도시는 도시 자체는 커녕 근교지역의 식량으로도 감당이 안 될 만큼 커졌고 우리들 대다수는 그런 곳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