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03월 21일
임시방명록 재설정
# by | 2010/03/21 23:43 | 트랙백 | 덧글(85)
그냥 개인 생각을 대강 정리한 것임.
라카토스의 연구프로그램은, 포퍼의 반증주의와 쿤의 과학혁명론이 상충되는 점을 해결하고자 등장한 개념이다.
라카토스의 관점에서, 우리가 흔히 이론(Theory)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약간씩 다른 이론, 그리고 방법론 같은 게 혼합된 것이며, 이들은 "핵" 을 공유한다고 본다. 이를 "연구프로그램들" 이라고 지칭한다.
이게 잘 와닿지 않는다면, 고에너지물리학의 "끈 이론" 을 생각하면 된다. 사실 "끈 이론" 은 기본입자들이 "점" 이 아닌 유한한 길이의 끈으로 되어 있다는 주장, 즉 "핵" 을 공유하지만 그 안에는 약간씩 다른 주장들이 여러 개 있으며, 이를 뭉뚱그려 끈 이론이라 한다.
그리고 각 연구프로그램은 코어를 보호하기 위해서 "보호대" 를 가지며, 포퍼가 이 보호대를 "임시변통가설", 즉 변명을 위한 수단처럼 간주했던 데 반해 라카토스는 보호대를 발전시키고 수정하는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가정이 옳고 그른지를 묻는 대신, 어떤 연구프로그램이 더 좋은가를 판단하는 과정으로 과학이 발전하며 이는 합리적 사고에 기반을 둔다고 보았다.
쿤의 주장이 "비합리론" 쪽에 기울어 있었던 것과 비교된다.
라카토스는 어떤 연구프로그램이 발전적인 반면 다른 연구프로그램은 퇴행적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발전적 연구프로그램은 현상을 더 정확하게 설명하고, 설명 범위를 확장하는 반면, 퇴행적 연구프로그램은 설명 범위가 정체되고 보호대가 대신 커지는 경향을 나타낸다.
라카토스는 포퍼의 이론이 틀렸다고 주장하기보다는 포퍼의 이론을 확장했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포퍼0, 포퍼1, 포퍼2 로 이를 분류하였는데, 포퍼0 은, 포퍼의 주장을 지나치게 편협한 방식으로 이해하여 "무조건 사소한 반증이라도 하나 나오면 이론이 쓸모없음 증명 끝 우왕ㅋ굳ㅋ" 이런 식의 주장을 뜻하고, 포퍼1 은 실제로 포퍼가 자신의 저술에서 주장한 반증주의, 그리고 포퍼2 가 라카토스의 주장과 대응한다.
어느 연구프로그램이 더 타당한지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없을 때는 그 연구프로그램이 발전적인가 퇴행적인가를 통해 간접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긴 하지만 어떤 연구프로그램이 퇴보하다 다시 피어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걸 항상 한 방향으로만 정해져 있는 특성이라고 볼 수는 없다.
p.s. 그런데 사실 라카토스가 묘사한 이런 상황은 자연과학 이외의 다른 분야에서도 심심찮게 나타난다. 예를 들면 자본주의 경제학 내에서 케인지언과 통화주의자들이 경쟁하는 상황이 있다.
# by | 2009/11/28 21:07 | 잡상 및 잡글 | 트랙백 | 덧글(13)

# by | 2009/11/25 17:59 | 잡상 및 잡글 | 트랙백 | 덧글(6)
최근에 달에서 물을 발견한 대형뉴스 때문에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화성에서는 현재 활동중인 2대의 탐사선 중 하나를 구조하기 위한 미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원래 예정수명인 3개월을 20배 가까이 초과해서 돌아가고 있는 스피릿과 오퍼튜너티 2대의 화성 탐사선은, 각각 화성의 적도 부근에 착륙하여 화성 표면을 조사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두 대는, 각자 화성의 반대편, 즉 한 쪽이 낮이 될 때 한 쪽은 밤이 되는 위치에 착륙해서 부근을 돌아다니죠.
그런데 둘 중 하나인 스피릿이 이동 도중에 부드러운 모래로 구성된 지형에 빠져서, 탈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올해 봄에 벌어진 일인데, 문제는 스피릿의 경우 이미 바퀴 6개 중 하나가 작동하지 않아서 질질 끌며 주행하는 상황이었고, 동력을 태양전지에 의존하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전기모터 파워가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죠.
문제를 더 어렵게 하는 것은, 정확히 해당 지역의 지질이 어떠한지를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영상카메라로부터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고 그나마도 표면만 알 수 있을 뿐 얕은 깊이에 어떤 다른 층이 깔려 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이미 표면과 다른 밝은 색의 실리카 토양이 얕은 깊이에 있다는 것도 봤죠.
또한 화성의 중력은 지구의 1/3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러면 탐사선의 무게가 적은 셈이니 작은 동력으로도 휙 빠져나올 수 있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중력이 약하기 때문에 토양과 탐사선 바퀴간의 마찰력 역시 작다는 거지요. 불행히도 지구에서는 이러한 조건을 흉내낼 수가 없습니다. 순전히 추정만으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NASA는 장장 6개월에 걸쳐서, 모래가 깔린 작은 지형을 만들어 놓고 스피릿의 모사품을 여러 차례 굴려서 탈출시킬 수 있는 "최적의 명령어 조합" 을 찾는 데 골몰하였습니다. (화성은, 지구와 달리 실시간으로 명령을 내릴 수 없기 때문에 사전에 지정된 명령어를 순서대로 보내서 실행하게 한 다음, 결과를 수신해서 받아보고 이를 검토한 다음, 다음 명령어 세트를 보내는 방식으로 수행됩니다.)
그랬지만 딱 부러지는 해법은 발견하지 못햇고, 결국 그나마 낫다고 생각하는 방식을 "위험을 무릅쓰고" 시도하기로 결정했고, 현재 3번째 명령어 세트를 보낸 상태입니다. NASA는 적어도 내년 2월까지는 탈출시도를 할 것이며, 끝내 실패할 경우에는 탈출을 포기하고 스피릿의 수명이 다 될 때까지 현재의 자리에 머물면서 주변을 조사하고 관측하는 임무를 부여할 것이라 합니다.
화성 반대쪽의 오퍼튜너티는 아직 양호한 상태로 활발한 탐사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2번째 명령어세트를 실행한 이후 카메라로 관찰하여 실행 전후를 비교한 것입니다. 1번째 명령어세트를 실행했을 때는 거의 전혀 움직이지 않아서 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했는데, 다행히도 2번째 세트 실행에서는 어느 정도의 움직임이 포착되어서, 희망이 약간 보이는 상황입니다.


# by | 2009/11/14 11:00 | 잡상 및 잡글 | 트랙백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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